취업난의 책임을 청년 개인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많은 청년이 대학에 진학하고 자격증과 어학성적을 준비하며 인턴 경험까지 쌓고 있지만, 정작 기업은 신입사원에게도 즉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을 요구한다. 정기공채가 축소되고 수시·경력직 채용이 확대되면서 첫 직장을 얻지 못한 청년은 경력을 쌓을 기회조차 얻기 어려워졌다. 취업을 위해 경험이 필요하지만 경험을 얻으려면 먼저 취업해야 하는 모순에 갇힌 것이다.
한국은행도 기업의 경력직 선호와 수시채용 확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양질의 일자리 감소가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지연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취업 준비가 길어지면 청년은 반복적인 자격증 취득과 이른바 ‘스펙 경쟁’에 매몰되거나 구직 자체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 4년제 대학 이상 학력자 가운데에서도 ‘쉬었음’ 청년이 늘고 있다는 분석은 취업난을 개인의 눈높이나 의지 부족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문제는 일자리의 숫자만이 아니다. 청년이 원하는 것은 단기간 근무하고 다시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적정한 임금을 받으며 직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복지·고용안정 격차가 큰 상황에서 청년에게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첫 일자리의 질이 이후의 임금과 경력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첫 취업에 신중해지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정부의 청년고용정책도 단기적인 취업자 수 확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이 신입 인력을 채용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하도록 지원하되, 단기 보조금이 끝난 뒤 해고와 재채용이 반복되지 않도록 고용 유지 여부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대학 교육과 산업현장의 간극을 줄이는 직무교육, 장기 인턴십, 일경험 프로그램도 실제 채용으로 연결되는 구조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지역 청년에게는 주거와 교통을 포함한 취업 지원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에는 임금과 근로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기업 역시 ‘경력 있는 신입’만 찾는 채용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입사원을 채용해 교육하는 비용을 손실이 아니라 미래 인력에 대한 투자로 바라봐야 한다. 직무와 무관한 과도한 지원 자격은 줄이고, 실제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중심으로 평가해야 한다. 채용 과정과 평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청년들의 불필요한 스펙 경쟁을 줄이는 방법이다.
청년 취업난이 장기화되면 결혼과 출산, 주거 마련과 자산 형성이 함께 늦어진다. 이는 개인의 어려움에 그치지 않고 내수 위축과 저출생, 국가 성장잠재력 저하로 이어진다. 청년들에게 조금 더 노력하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은 노력할 기회, 경력을 시작할 기회, 그리고 일한 만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일자리다. 청년이 국내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복지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경제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