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현장에서 일부 지원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실력이나
스펙보다 먼저 드러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누군가가
알아서 다 해주기를 바라는 태도’다.
공고를 읽고도 다시 묻고, 이미 안내한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제출기한을 지키지 않고 연락에도 제때 응답하지 않으면서, 일이 지연되면 담당자나 회사의 탓부터 한다.
본인이 해야 할 준비와 판단까지 타인이 대신해 주기를
기대하면서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공받은 서비스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취업은 돈을 냈다고 해서 결과까지 배달되는 상품이 아니다.
취업기관은 정보를 제공하고, 이력서를 보완하며, 적합한 기업을 찾아 연결하고, 면접과 행정 절차를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고를 확인하고,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기한 내 서류를 제출하고, 연락에 응답하며, 최종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일은 지원자 본인의
몫이다.
면접 준비도 마찬가지다. 기업 정보와 직무 내용을 제공하고, 면접 예상 질문과 답변 방향을 안내하며, 이전 합격자들의 면접 후기와 실제 질문 사례까지 전달한다.
그런데도 일부 지원자는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의 답변을 먼저 작성해보려 하지 않고 “답변을 써달라”, “답변을 전부 봐달라”고 요구한다. 심지어 면접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까지 하나하나 정답을 요구한다.
처음 경험하는 해외취업 과정에서 모르는 부분을 질문하는 것 자체는 당연하다.
문제는 충분한 자료와 기준을 제공받은 뒤에도 스스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된 답만 요구하는 태도다.
예상 질문을 받았다면 먼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답변을 작성해봐야 한다. 면접 복장이 궁금하다면 지원하는 회사와 직무, 일반적인 비즈니스 복장 기준부터 찾아볼 수 있다.
담당자는 지원자가
작성한 답변의 논리와 표현을 보완하고, 놓친 부분을 알려줄 수 있다.
그러나 지원자 본인의 경험과 지원동기까지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다.
면접관은 문장을 얼마나 완벽하게 외웠는지가 아니라, 지원자가 자신의 경험과 목적을 실제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특히 해외취업은 국내 취업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기관리와 소통 능력을 요구한다.
기업, 비자기관, 교육기관 등 여러 관계자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조금
늦는 게 무슨 문제냐”는 태도는 해외취업 절차에 대한 이해 부족일 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는 행동이기도 하다.
기본적인 예의와 커뮤니케이션 역시 선택사항이 아니다.
연락을 받았으면 확인했다는 답변을 하고, 요청받은 자료는 약속한 기한까지 제출해야 한다.
일정 준수가 어렵다면 사전에 상황을 설명하고 새로운 제출 가능일을 알려야 한다. 질문하기 전에는 기존 안내문과 메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이것은 특별히 뛰어난 업무 역량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이다.
그런데 일부 지원자는 이러한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요구는 즉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채용 일정이나 다른 지원자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본인의 사정에 맞춰 일정과 조건이 변경되기를 기대한다.
담당자가 현실적인 제약을 설명하면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받아들이고, 본인이 놓친 기한과 부족했던 준비는 돌아보지 않은 채 외부에서 원인을 찾는다.
생활 준비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미국에서 1년 동안 생활해야 하는 당사자가 집은 어떻게 구하는지, 어느 지역에 살아야 하는지, 출퇴근은 가능한지, 차량이 필요한지조차 스스로 알아보지 않은 채 전부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미국의 주거와 교통 여건은 지역, 예산, 출퇴근 거리, 개인의 생활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더라도 누구는 룸메이트와 거주하고, 누구는 혼자 살며, 누구는 중고차를 구매하고, 누구는 렌트나 카풀을 이용한다.
담당자가 일반적인 정보나 이전 참가자의
사례를 안내할 수는 있지만,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집과 차량을 대신 선택해줄 수는 없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실제로 생활할 사람은 담당자가 아니라 지원자 본인이다.
자신이 살 지역의 월세 수준과 치안, 통근 시간, 교통수단, 차량 구매 방법, 초기 정착비조차 알아보지 않는다면 해외생활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까지 알아보려
하지 않고, 누군가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정답을 제시해주기만 기다린다면 문제는 단순한 정보 부족이 아니다. 자립성과 책임감의 부족이다.
취업기관은 취업과 비자 절차를 지원하는 곳이지, 성인의 생활 전반을 대신 설계하고 관리하는 보호자가 아니다.
회사
연결부터 면접 답변, 복장, 주거, 차량, 출국 준비까지 모든 판단을 타인에게 맡기려 한다면 해외취업을
준비하기 전에 자신이 독립적인 생활과 업무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이러한 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메타인지의 부족이다.
자신의 현재 역량과 경쟁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지 못하면 지원 결과와 현실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원하는 직무와 지역, 급여와 복지에 대해서는 높은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그 조건을 얻기 위해 자신이 무엇을 준비했는지는 점검하지 않는다.
영어 능력, 직무 경험, 전공 연계성, 면접 준비가 부족하다는 설명을 들어도 이를 개선 과제로 받아들이기보다 평가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요구사항은 구체적이지만, 정작 그 요구를 뒷받침할 준비와 노력은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취업기관과 기업도 지원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약속한 절차를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안내가 부족했거나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담당자의 책임과 지원자의 책임은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지원자가 해야 할 일까지 대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관의 잘못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자료와 방향을 제공하는 것과 지원자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대신해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서류 한 장을 기한 내 제출하지 못하고, 반복해서 연락해야 겨우 답변하며, 작은 판단까지 전부 대신해줘야 하는 지원자를 선호할 이유가 없다.
채용 과정에서 드러난 태도는 입사 후 업무 태도를
예상하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소통과 자기관리조차 되지 않는 지원자가 회사에 입사한
뒤 갑자기 책임감 있는 구성원으로 변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회는 누군가가 완성된 형태로 떠먹여 준다고 자신의
것이 되는 게 아니다.
제공된 정보를 이해하고, 직접 찾아보고, 필요한 준비를 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사람이 기회를 현실로 만든다.
취업기관은
지원자가 가야 할 길을 안내할 수 있지만, 그 길을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면접을 대신 볼 수도, 집과 차량을 대신 결정할 수도, 미국에서 1년을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취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남 탓이 아니라 자기 점검이다.
내가 공고를 제대로 읽었는지, 제공된 자료를 충분히 확인했는지, 요청 사항에 성실히 응답했는지, 기한을 지켰는지, 스스로 알아보기 위해 노력했는지, 원하는 조건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이런 기본조차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더 좋은 기회와
더 많은 지원만 요구하는 것은 자신감이 아니라 현실 인식의 부족이다.
좋은 기회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먼저 그 기회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